와일드 번치
손지형, 이종환, 이지수, 이진영, 장예빈, 조무현
2022년 9월 28일 - 10월 9일
디스위켄드룸
기획 ㅣ 디스위켄드룸
그래픽 ㅣ 시시각각
사진 ㅣ 고정균
코디네이터 ㅣ 이유진
The Wild Bunch
Jihyeong Son, Jonghwan Lee, Jisoo Lee, Jinyoung Lee, Yebin Chang, Moohyun Jo
28 September - 9 October 2022
ThisWeekendRoom
Curation ㅣ ThisWeekendRoom
Graphic | seeseegakgak
Photography | Jeongkyun Goh
Coordinator | Yoojin Lee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디스위켄드룸은 전시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에서 한국의 신진 작가 6인을 소개한다. 손지형, 이종환, 이지수, 이진영, 장예빈, 조무현은 각자 다른 회로를 통해 동시대를 관찰하고 이해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미지를 해석하고 수용하는 관습적 방법에 관한 호기심과 의구심을 동시에 가진다. 각자가 경험한 미디어 환경, 푸티지 소스, 일상의 기억, 도시 풍경은 디졸브, 레이어링, 미러링, 복제, 압축 등의 적극적인 편집 과정 속에서 서로 다른 질감과 모양을 획득하게 된다.
너무 사소해서 지나쳤을 장면이나 사건이라는 이름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손지형에게 중요한 작업의 양분이다. 체리 토마토, 클로버 같은 일상적인 사물은 작가의 손에서 납작한 기하학적 도형으로 치환된다. 그는 자신만의 조형적 미감에 따라 평면을 세심하게 분할하고 겹쳐 마치 종이접기를 하고 펼친 색종이의 표면처럼 그림을 완성해간다. 대칭, 반복, 수직, 수평, 대각선 등의 구도가 이리저리 비틀어지고 어긋나는 과정 속에서 자의적인 규칙이 화면에 들어서는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추상적 형상뿐만 아니라 이미지가 실제로 가지는 물성 역시 중요한 요소다. 거친 광목천의 표면은 뒤로 물러나기보다 적극적으로 작품의 일부가 되고, 얕은 물감의 두께를 뾰족한 날로 긁어낸 자리는 옴폭 패인 선이 된다. 이처럼 그에게 회화적 구성 논리는 시지각적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기보다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실재하는 것으로서 다루어지고 있다.
이종환은 환영적 회화의 믿음을 해체하는 대신 매체의 실존적이고 물리적인 잠재력으로부터 회화의 생명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그의 작업은 주로 판넬 위에 그림을 그린 뒤 그 표면을 파내어 얕은 두께를 만들고, 그려진 형상 위에 하얀 석고를 부어 모체에 있던 이미지를 한곳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시키며, 이들을 평면이라 여겨졌던 막 뒤에 숨겨진 틈 사이로 겹쳐 넣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다. 또한 그는 자신이 과거에 그렸던 이미지의 일부나 임의로 획득한 형상을 반복적으로 다룬다. 어쩌면 그에게 무엇을 그리는지에 관한 질문은 크게 유효하지 못하며, 이미지는 회화의 대안적인 시스템을 실행시킬 수 있는 재료로써만 인식될 뿐이다. 평면도 부조도 아닌 작품들은 관습적으로 회화에 요청되는 역할을 문제화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그에게 이 전통적 매체는 단순히 인간의 시각적 경험을 담아내는 용기(container) 정도의 것이 아니다. 대신 회화는 현실과 비현실, 환영과 실제 사이를 오가는 추의 전자 운동을 통해 생명력을 이어가는 주체적인 눈이다.
이지수는 동시대 개인들이 이미지를 피동적으로 수용하고 이에 잠식당하는 세태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예술의 생산자와 수용자 모두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는 주체가 되기를 요청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일상에서 장난감이나 조립식 모형이 가지는 작동 원리를 회화에 적용해 본다. 두께를 갖는 그의 작업 곳곳에는 수동 (혹은 자동)으로 형상의 일부를 이동시키고 변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평면 위에 길게 난 홈을 따라 별 조각의 위치를 옮기거나 프레임 사이에 매달린 도상이 빙글빙글 돌며 고정된 상에 움직임을 부여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가 구축한 풍경 아래에서 별과 새, 구름과 꽃 등의 모티프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숨 가쁘게 그 외형을 바꾸어가는 정보들의 파도 아래에서 비교적 천천히 부유하는 실체로서 존재한다. 말하자면 작가가 다루는 자연의 모티프들은 디지털 정보의 파도 속에서 끊임없이 순환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근원적인 상징물과 같은 것이다.
이진영은 가소성이 강한 것과 영원한 것,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등 이분법적인 개념들이 병립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그가 오늘날 경험하는 미디어 환경은 휘발되는 것과 보존되는 것에 관한 질문들을 자연스럽게 유발했을 것이다. 그가 작업의 소재로 선택한 이모티콘 역시 많은 순간 문자 언어를 대신하는 대안적 언어로서 빠르게 교환되고, 표기되고, 변형되고, 폐기된다. 매끈한 디지털 공간에서 떠다니던 하트 패턴(리본이 감긴 하트, 금이 간 하트, 겹쳐진 하트 등)은 작가의 손에서 육중한 무게, 거친 표면과 깨진 모서리, 흐릿한 외곽선을 가진 사물로 변모한다. 조각은 마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시간보다 더 이른 과거에 누군가의 손에 의해 기록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강한 물성에 새겨진 얕은 하트 도상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로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처럼 보이기도 한다. 탈구된 시간 위에 다시 선 디지털 도상은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진 것으로서 현실에 안착한다.
장예빈은 미디어에서 흘러가는 이미지들을 멈추게 하고 그 찰나의 순간을 관찰하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그중에서도 스포츠, 영화, 동영상 등에 등장하는 신체가 극적으로 움직이는 때에 응집되는 에너지를 발견하고 이를 회화로 옮긴다. 통제의 영역을 벗어난 짧은 시간의 간극에서 감지되는 근육의 쓰임이나 일그러진 표정은 화면 안에서 위트 있는 서사와 긴장감을 동시에 생산한다. 고개를 돌리는 찰나,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날아오는 손을 피하려는 움직임 등은 숨 가쁘게 재생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작가의 손을 통해 추출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법한 기이한 장면은 작가와 관찰자로 하여금 정지된 이미지 너머에 잠재되어 있을 시간의 추이를 상상할 자유를 부여한다. 작가는 매끈하게 다듬어진 디지털 환경을 보다 자의적인 방식으로 흡수하고 이해하는 방법론을 구축함으로써 피동적인 수용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사용자가 될 수 있다.
조무현은 도시를 탐험하는 주체적인 신체로서 스스로를 회화라는 시각적 매체 안에 위치시킨다. 자신이 실제로 경험했던 장소, 또 개념이나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수많은 비-장소의 요소들은 작가의 세계 안에서 일종의 엔트로피를 형성하며 비현실적인 궤적을 만드는 연료가 된다. 그리고 울타리가 사라진 이미지와 텍스트의 파편들 사이에서 비로소 자유로운 시각적 유영이 가능해진다. 광고판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보았을 텍스트나 숫자 기호, 같은 세대가 공유하는 디지털 문화의 범주에서 빈번하게 활용되는 그래픽 효과, 스트릿 아트나 그래피티와 같은 하위문화가 공유하는 도상. 이 모든 것은 그가 다루는 평면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해체하고 제3의 공간을 구축하는 데 활용된다. 요컨대 그가 <Kit>와 <Part>라 명명하는 연작들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동시대의 도시적 감각을 지칭하는 작은 구성물의 집합이다. 이들은 언제든 다시 현재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정적인 상태로서 존재한다.
― 박지형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
《The Wild Bunch》 represents six young Korean artists. Jihyeong Son, Jonghwan Lee, Jisoo Lee, Jinyoung Lee, Yebin Chang and Moohyun Cho observe and understand their contemporaries through their own circuits. They have curiosity and suspicion in common about the conventional way of interpreting and accepting images. The media environment, footage source, daily memories, and cityscape that each has experienced turns into diverse shapes and textures in the progress of editing, such as dissolving, layering, mirroring, duplication, and compression.
Subtle moments are essential for Jihyeong Son’s works. The flat geometric shapes replace everyday objects such as cherry tomato and clover in her works. According to her formative aesthetic, she carefully divides and overlaps the planes to complete the painting like the surface of origami paper. Arbitrary rules enter the screen by twisting and shifting the composition of symmetry, repetition, vertical, horizontal, and diagonal. In addition, the image’s abstract form and physical properties are important factors in her works. The surface of the rough cotton cloth becomes part of the work rather than retreating, and the spot where the paint is scraped with a sharp blade becomes the physical line. Therefore, the logic of painting is realized in that reality can be sensuously experienced rather than staying at the visual perception level.
Instead of dismantling the belief in the illusion of painting, Jonghwan Lee tries to derive the vitality of artwork from the existential and physical potential of the medium. Lee usually paints on panels, digs out the surface to create shallow thicknesses, pours white plaster over the painted figures to move the image from one place to another, and overlaps them between the gaps hidden behind the layers. Lee also repeatedly deals with some of the images he painted in the past or randomly acquired. Perhaps the question of what he draws is invalid, and images are only perceived as materials that can implement alternative painting systems. Works that are neither plane nor sculpture reflect the artist’s attitude of questioning the role of contemporary painting. The traditional medium is not just a container that carries on visual experiences for him. Instead, that is the subjective eye that moves back and forth between reality and unreality, truth and illusion.
Jisoo Lee asks questions about the social conditions in which contemporary individuals passively accept images and be eroded. She calls on the producer and audience to actively reconstruct the image. In this context, Lee applies the principles of toys and prefabricated models in painting. There are parts throughout her work that can be moved and deformed manually or automatically. For instance, star-shaped pieces move along the long groove, and a hanging figure spins between the frames. Under the landscape she constructed, motifs such as stars, birds, clouds, and flowers exist as entities that float slowly under waves of information that change their appearance breathlessly in the media environment. In other words, motifs of nature handled by the artist are like fundamental symbols that constantly circulate in the waves of digital information but never disappear.
Jinyoung Lee asks if the dichotomy of plasticity and eternality, light and heavy, can be paralleled. The media environment she experiences today would have naturally caused questions about volatilization and preservation. The emoji Lee chose as the subject for her work are also quickly exchanged, deformed, and discarded as alternatives to the written language. The heart patterns that float in the digital space(ribbon-wrapped hearts, cracked hearts, overlapping hearts, etc.) are transformed into objects with heavy weights, rough surfaces, broken corners, and blurry outlines by the artist. Sculptures look as if they were documented by someone in the past earlier than we already knew. On the other hand, the shallow heart figure carved into the hard materials also looks like a fragment from the future that has not yet arrived. The digital icon, which stands again on the dislocated time, settles into reality with entirely different properties.
Yebin Chang is interested in stopping images flowing in the media and observing the fleeting moment. She finds the condensed energy when the body moves dramatically in sports, movies, and videos, then take it to the painting. The use of muscles or distorted expressions detected in a short time gap evokes both witty narratives and tension on the canvas. The moment of turning their head, frowning, and ducking the punch are extracted through her from the breathtaking media environment. Bizarre scenes that may not exist in reality make the artist and audiences free to imagine the passage of time that would be latent beyond the still image. By building a methodology to absorb and understand the refined digital environment arbitrarily, Chang can move away from a passive recipient and become an active user.
Moohyun Jo places himself within the visual medium of painting as the independent body exploring the city. The places he has visited and elements of non-place that exist only as concepts or images form entropy within the artist’s world and fuel the creation of unrealistic trajectories. Floating freely among the fragments of images and texts became possible when the barrier has removed. He uses planar elements to dismantle the boundaries between reality and virtual and then build a third space. It includes text or numbers that might have been seen on billboards or public transportation, graphic effects frequently used in digital culture shared by the same generation, and images derived from subcultures such as street art or graffiti. For example, the beings that appear in the series of <Kit> and <Part> are a set of small components that refer to the contemporary urban sense. They exist as provisional states at any time that can be disengaged from their current position and create new combinations.
― Jihyung Park (Curator, ThisWeekend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