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와 하트

현민혜 (CR collective 큐레이터)


한 손에 스마트 폰을 쥐고 업로드를 위해 이미지를 고른 후 하트를 넣기 위해 화면을 터치한다. 매 순간 그럴듯한 기록을 남겨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우리는 존재하고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미디어에 ‘나’를 증명해야 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는 ‘나’의 모든 것이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취향을 반영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내용에 따라 소비를 강요받는다. ‘나’로 점철된 소셜 미디어 속에서 성취와 증명은 ‘하트’, ‘좋아요’를 받은 숫자로 판명된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으로 들어가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것이 노출되는 상황마저 감내하며 노력해 왔지만 결국 그 세계에 남은 것은 존재(진짜 나)는 사라진 허울뿐이다. 획득한 성취 역시 표면만을 겉돌 뿐 본질을 인정받고 내면을 충족시켜준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보여주기식 삶이 만연한 세태에서 이진영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속이 비어있는, 본질을 잃은 대상을 찾아 역설적으로 내재적 가치의 가치를 되새긴다.

작가가 주로 차용하는 그림 문자 이모지(emoji)는 미디어에서 본질적 가치보다 효율성이나 경제성의 논리가 우위에 놓이는 현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잘 대변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이모지의 시작은 문자 언어에 비언어적 표현을 부연하여 풍부한 감정을 더하기 위함이었으나 이제는 숏폼 콘텐츠가 등장한 동일한 이유인 효율성을 근거로 직관적이며, 언어의 구애에서 벗어나 사용할 수 있고, 장황하게 나열되는 문자 언어를 효과적으로 축약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산’, ‘하트’, ‘땀 흘리는 얼굴’과 같은 이모지의 나열로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달할 순 있지만 그림 문자 사이에 생략된 문자 언어로 인해 표현이 축소되고 납작해지기 마련이다. 언어로서 기능을 완전히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쓸모 있는 이모지로 반영된 후기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자신을 상품화하고 일상을 전시하며 살아가는 보여주기식 삶은 매 순간 내면보다는 표면만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본질이 부재한 허구이다.

이진영은 실용적 목적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건축 재료인 시멘트, 콘크리트와 같은 재료를 캐스팅하고 전통적인 조각의 방식을 취한다. 가치란 무엇이고, 가치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를 질문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방식에 효율성을 대표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거나 이미지를 차용하여 서로 모순 하는 지점들을 결부시킨다. 시멘트와 이모지를 결합하여 효과적이며 빠르게 소비되는 것을 단단한 물체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은 쓸모를 잃고 비물질은 물화한다. 즉, 효용성의 상징물로 읽힐 수 있는 비물성인 이미지에 작품을 만드는 비실용적인 행위로써 물성을 더하여 본래의 형질을 모두 비트는 것이다. 또한, 가치 전도된 이미지를 차용하고 효율적 재료를 사용해 작품이라는 비생산적 산물을 제작하는 일로써 효용성의 잣대로 가늠하는 가치의 의미를 전복시킨다. 따라서 작품과 같이 진실한 가치의 본질을 추구하고 주변(환경, 사회)에 영향받아 변화하지 않는, 고유하게 존립하는 것을 만드는 비효율적 과정을 통해 짧고 생략된 이미지 소비재들의 본질이 부재한 허구성이 밝혀진다. 이처럼 한 번의 터치로 입력할 수 있는 허상이었던 이미지를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어 실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잊힌 혹은 우리가 감각하는 현실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버린 가치의 본질을 환기한다.

상품화된 대상은 미디어 속에서 매우 쉬운 방식으로 편집, 조작되며 그 가치가 퇴색, 전도되는데 이를 작가는 본래의 형질을 변모시키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시멘트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 대리석과 같아 보이게 하거나 마치 상형문자가 새겨진 유물처럼 만들어진 작품은 매끈하고 딱 떨어지는 좌대 위에 놓인다. 땅속에 파묻혀 있거나 아무 곳도 아닌 곳에 있던 물건이 발견되어 특정 장소에 놓이는 과정에서 유물로서의 가치와 역사적 혹은 미적 의미를 획득하는 사실을 반전시켜 본래의 물성과 다르게 읽히는 물질을 전시한다. 이렇게 전시된 물질은 가치를 상실하거나 없었던 가치를 획득하는가? 이는 구체적이고 감각할 수 있는 사물의 핵심적 가치를 탐구하기 위함으로 본래의 형태, 질감, 색감을 전복시키더라도 변하지 말아야 할 내재적 속성이 수단적 가치에 의해 역전되어 버린 체계에 대한 반문이다. 이러한 이진영이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뇌고, 끊임없이 가치를 탐구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역시 허울이 아닌, 내재된 본질과 가치에 대한 질문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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